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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4일차
일정을 전면 수정해서 강원도로 가지않고 전라도 쪽으로 가기로 결정! 전날을 반성하며 이날은 아침 일찍부터 나섰다.
그래서 수원역에 도착했다. 아침도 먹지 않고 화성을 보기위해 무리 좀 했다. 수원역에서부터 팔달공원까지 보행. 사실 걸어서 얼마 안 걸릴 줄 알았는데 꽤 많이 걸렸다. 택시도 안 잡히네. 위가 쓰리기 시작해서 팔달공원에서부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진짜 미안하다.-
어쨌든 팔달문을 보니까 금새 기분은 좋아졌다. 카메라 뷰티샷모드로 촬영을 했더니 팔달문 벽돌이 문질러졌네..........
암튼 너무 아름답다. 건축학과 친구랑 계속 찬양함.
여수행 무궁화호를 타고 곡성 기차마을로 향했다. 주말 & 휴가기간이 겹쳐서 자리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몇시간을 서있었다. -내일로의 서러움은 이럴 때 폭발함.- 에어컨도 없는 열차 사이칸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뭐, 기차역이 성벽과도 같았다. 4일차 되니까 급격히 지쳐서 사진도 엄청 성의 없어지기 시작... 이날 나는 갑자기 2학기 답사 준비를 위해서 답사초록을 만들라는 지시를 문자로 받았다. 게다가 하필 팀프로젝트여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ㅋ 반드시 내일 집에 가야한다는 강압감. 엉엉. - 이 것 역시 같이 여행간 친구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의 계획은 곡성 기차마을을 대충 보고 여수에 가서 고속 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를 타는 것이었는데, 전화로 문의해보니 이미 막차가 떠난 뒤였다. 뭐야, 다섯시 좀 지났는데 막차래! 그래서 대전에 돌아가서 KTX를 타고 집에 가겠다는 다른 계획을 세웠다. .......쓰다보니 너무 내 맘대로였네. 다시한번 친구들에게 미안.
뭐 어쨌든, 도착한건 도착한 것이니까 구경 시작.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장미농원이 맘에 들었다. 마음이 어찌나 짜증스러웠는지 여행이 여행답지 못했던 시점이었다. ㅋ.....완전 후회되네. 우여곡절 끝에 대전역 도착! 친구들보고는 곡성역에서 하루 묵었다가 천천히 여행을 마치고 오라고 그랬는데, 나를 따라 대전으로 같이 왔다ㅠㅠ 대전에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10시~11시대의 기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의 설득에 따라 KTX를 타진 않고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부산에 도착하기로 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택시아저씨의 추천에 따라서 대전역 근처 으능정이 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아서 카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ㅋ. ........이렇게 나의 첫 내일로는 끝이났다. 계획도 한달 내내 세우다가 지쳐서 결국 아무 계획없이 갔던 거였는데, 그만큼 힘들기도 했다. 그 땐 스마트폰 같은 것도 없고 해서 꼼꼼한 계획이 요구되는 시절이었는데..ㅎㅎ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지도도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열차시각 같은 것도 놓칠리 없으니 그때보단 더 영리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뭐 어쨌거나, 여행의 재미는 계획이 파괴되는 데서 오는 것이긴 하지만ㅎㅎㅎ. 담에 또 가고싶다. 아직 나이 제한도 남아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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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3일차
오후 3시쯤 찜질방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택시를 타고 종로로 왔다.
종묘를 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마침 종묘가 그 곳에 있길래 관람시간을 기다려서 관람했다.
'산이 그 곳에 있기에 오르는 것이다' 같은 맥락...흐흐.
결과적으로는 진-짜 만족스럽다. 그래, 한양땅을 밟았으니 조선 왕조는 만나봐야제-. 이런 조상님들을 둬서 완전 자랑스럽다. 진짜 짱이다........중국의 궁궐에 가보면 진짜 오차없이 네모난 돌들이 가득한데, 우리 조상님들은 저렇게 자연스런 돌로도 멋을 살려쓰잖아.
지하철을 타고 안양까지 왔다. 건축학과인 H양이 와보고 싶어했던 공원!
- ...여담이지만 이 날 너무 감명 깊었던 나머지 나중에 같은 과 학우들과 또 다시 방문했다고 한다.
다음 일정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청량리역에서 강원도행 야간 열차를 타서 정동진 일출을 보는 것'을 계획해놨었기 때문에 멀리는 못가고 수영장 정도까지만 찍고 돌아왔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때쯤 지하철을 다시 타러 나왔는데, 공원 입구의 닭바베큐가 우리의 발걸음을 묶었다.
마침 하루전날이 중복이기도 했고, 배도 고프니까 간단히 바베큐 한마리랑 맥주 한잔을 마시기로 결정!
-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남...ㅋ-
주인 아저씨께서는 대구출신이셨는데, 부산에서 온 우리를 몹시 반겨주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청량리역에서 막차를 놓쳤다ㅋ.... 그리고 하필 청량리역이 지상이랑 지하로 나뉘어있는지도 몰랐네..
친구는 엄청 속상해했고, 우리는 빨리 숙소를 구할 수 밖에 없었는데!
청량리 근처가 홍등가인 줄 몰랐던 우리는 겁도 없이 그 근처 모텔을 숙소로 정했다. 웬지 붉은 조명이 가득한 조명ㅋ...영문 모를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던 주인 아저씨...ㅋ 웬 거리에 미성년자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 있나 했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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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2일차
9시쯤 눈을 떴다. 하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심해서 혼자서 점촌역 구경을 했다.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초록색 칸 열차에서 잤다. 넓고 시원했어. 첫째날에 비해 날씨도 매우 화창해져서 들뜨기 시작했다.
다음 행선지가 문경세재라고 했더니 친절히 점촌역장님께서 문경세재까지 자동차로 데려다주셨다. 가는 길에 이런 저런 얘기들도 많이 해주셔서 마치 교수님따라 답사온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역장님은 자신의 직업에 매우 만족하셨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대해서도 많이 아시는 분이셨다. 명함도 받아왔다. 황동철 역장님 아직도 점촌역에 계시는 지 궁금.
문경세재는 수학여행때마다 와서 어찌보면 지겨운 장소긴 했지만, 20대가 되서 자의로 오게 되니 또 기분이 남달랐다. 수학여행땐 왜 지겹다고 생각했었지? 멍청한 중고등학생이었네. 최근에는 추노 촬영지로도 이용되면서 천민촌도 만들어져있었다. 신선해. 지붕위로 올라가보고 싶어서 나무 사다리를 오르다가 나무 가시가 손바닥에 박혔다. 아파.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때는 드라마 촬영이 한참 진행중이었는데, 촬영팀에 열심히 따라붙어서 이덕화씨와 악수도 했다. 손이 굉장히 두껍고 커다래서 좀 놀랬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무슨 드라마더라..... -검색해보니 '무인시대'였다. 헐, 그게 벌써 10년전이랴.
그리고 이것은 문경세재에 있는 삼각점. 그땐 이게 무슨 의민지도 모르고, 그냥 사진으로 찍어뒀었다. 지리교육과의 본능 혹은 의무감에. 기특하다고 머리 쓰다듬어주고싶다.
다시 점촌역으로 돌아와서 서울행 열차를 탔다. 뜬뜬, 사실은 대전을 가려고 했지만 기차 안에서 계획을 수정해서 곧장 서울로! 거의 3년만에 상경했다. 서울 공기- 캬. 나빠.
새벽의 서울. '새벽은 역시 동대문이지!'(?) 같은 생각을 하고서 동대문으로 갔다. 동대문 앞은 낮과 같이 활발했다. 배가 좀 고파져서 포장마차에 들려 이런 저런 음식을 시켜먹었다. 메뉴는 기억이 안난다는 게 유감이네... 순대볶음 같은 거였나...
친구들이 몹시 야행성이어서 눈이 반짝반짝했지만, 새벽 세시에 관광은 정말 나로선 너무 고난이었다. 제발 좀 자러가자고 엄청 징징거렸다. 그래서 숙소를 찾으러 다녔는데, 어쩐지 남성 전용 숙소들만 ..... 이 때의 경험으로 친구는 '사우나 = 남성 전용 숙소'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다고 했다.
결국은 꽤 비싼 찜질방을 들어갔다. 우리 여행의 최고의 사치였을거야.
